대기업은 못하고 스타트업은 할 수 있는 것
Referenced by: https://brunch.co.kr/@bizgenius/162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것들은 스타트업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많은 예산, 브랜드 인지도, 우수한 공급사, 오랜 기간 쌓아 온 레퍼런스 등 대기업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스타트업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에게는 없으나 스타트업에게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과 고객과 더 가까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기업은 수천에서 수만 명의 직원으로 운영되고 각각의 직원이 담당하는 일이 있습니다. 수많은 팀이 존재하니 당연히 팀장의 수도 많고 팀장 위로 수많은 리더가 존재해 매우 길고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집니다. 이 외에도 대기업이 느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겐 느릴 수밖에 없는 이유만큼 많은 다른 무기가 있습니다. 수많은 성공경험, 강력한 브랜드, 고객의 신뢰, 많은 자원을 쏟아부어 만든 검증된 제품 등입니다. 때문에 대기업이 느린 것을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느린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대기업이 느린 것은 구조적 한계로 이해를 받을 수 있지만 스타트업의 느림은 무능함으로 인식됩니다.
스타트업은 속도가 느려지는 시점에서 잃어버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차별화할 수 있는 시간을 잃어버립니다. 스타트업을 찾는 고객은 타사의 제품에 불만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 불만의 종류는 각기 다르겠지만 고객은 공통적으로 스타트업 기업에게 '혁신적인 스타트업이니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질 것입니다. 하지만 피드백이 늦어지는 순간 고객은 '여기도 똑같군...'이라고 생각하며 실망만 남기고 떠나게 됩니다. 신속한 피드백과 행동으로 고객의 요구로부터 차별화를 만들고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리는 것입니다.
다음은 신속한 학습의 기회를 잃어버립니다. 고객의 소리는 시장이 보내는 신호이고 그것을 빨리 수신하고 학습하여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하는 과정이 PMF를 찾는 방법입니다. 스타트업의 피드백이 느리면 경쟁자가 먼저 그 피드백을 받아 학습을 하고 먼저 개선하고, 앞서서 시장을 획득합니다. 대표님이 구성원들과 회의를 하는 동안 경쟁자는 이미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이 느려지면 바이럴의 기회를 잃어버립니다. 스타트업, 특히 초기일수록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은 입소문입니다. 고객은 스타트업이 공들여서 만든 콘텐츠의 메시지보다 같은 입장의 다른 고객이 하는 이야기를 더 신뢰하고 크게 반응합니다. 고객이 SNS를 통해 "안 되는 것이 있어서 게시판에 요청했더니 다음날 반영됐어요."라고 하는 말은 널리 퍼지고, "급한 마음에 전화했는데 받지 않고 게시판에 문의했는데 일주일째 답변이 없어요."도 널리 퍼집니다. 느린 스타트업에게는 바이럴의 기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웹상에 부정적인 평가가 빠르게 전엽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고객을 잃어버립니다. 초기 스타트업에게 다가오는 고객은 완전하지 못함을 이해하고 불편을 참아주며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이런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가 전해지고 반영되어 변화의 과정에 참여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스타트업이 느리게 반응한다면 고객에게 "고객님은 수많은 고객 중에 한 명일 뿐입니다. 선 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파트너, 충성고객이 될 수 있는 고객을 평범한 고객을 떠나 고객도 아니게 만들어버릴 수 있습니다.
우선순위가 고객이 아닐 때 스타트업은 느려집니다.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과 빠르게 반응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당장 수용하지 못하더라도 "좋은 의견입니다. 내부적으로 빠르게 검토해 보겠습니다.", "좋은 말씀이지만 현재 회사의 상황 때문에 당장 반영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추후에라도 개선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라고 다음날 답변하는 것과 일주일 뒤에 '검토하겠다', '전달하겠다.'라고 답하는 것은 결과가 완전히 다릅니다.
고객에 대한 모든 피드백을 무조건 즉시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피드백은 적어도 언제까지 어떻게 하자는 등의 최소한의 기준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찌할 바를 모른다고 침묵하는 것은 좋지 않은 상황만 만듭니다. 최소한 고객의 말이 우리에게 닿았다는 메시지라도 전달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경과와 결과를 꼭 공유해야 합니다. 고객은 자신의 이야기가 실제로 반영되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만족하며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에 납득하면 관심을 끊지 않고 계속 우리와 소통할 것입니다.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속도가 같다면 고객은 당연히 대기업을 선택합니다. 스타트업의 최대 장점은 빠른 속도입니다. 속도를 포기하면 스타트업은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고객이 다가왔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해야 합니다. 그것이 스타트업이 가진 거의 유일한 무기입니다.